빌리 진 킹(Billie Jean King)의 생애
빌리 진 킹(Billie Jean King)은 테니스계뿐만 아니라 성평등과 사회 변화의 영역에서도 울려 퍼지는 이름입니다. 테니스 코트 안팎에서 선구자인 그녀는 역사에 지울 수 없는 흔적을 남겼습니다. 1943년 11월 22일 캘리포니아주 롱비치에서 태어난 그녀는 1960년대에 국제 테니스계에 등장하였습니다. 1983년 40세의 나이로 은퇴하기까지 단식 통산 695승 155패, 복식 통산 87승 37패를 비롯해 12개의 단식과 16개의 복식, 11개의 혼합 복식 그랜드 슬램을 달성했고, 6년간 세계 랭킹 1위를 기록했습니다. 총 12개의 그랜드 슬램 여자 단식을 포함해 총 39개의 그랜드 슬램 우승을 거둘 정도의 대단한 기록을 냈으며, 그중에서도 특히 윔블던에 강해 20개의 우승 타이틀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플레이 스타일은 고전적인 서브 앤 발리 플레이어로 빠른 발을 바탕으로 서브 이후 재빠르게 앞으로 돌진해 상대의 리턴을 발리로 툭 끊어내는 플레이가 그녀의 주된 무기였습니다.
'성 대결'로 알려진 바비 릭스(Bobby Riggs)와의 1973년 경기는 스포츠 역사상 가장 상징적인 순간 중 하나로 남았습니다. 55세였던 릭스는 여자 테니스 경기가 수준이 떨어지기 때문에 남자인 자신이 55세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여자 선수들을 이길 수 있다고 주장하며 킹에게 도전장을 던졌습니다. 킹이 이를 거절하자 라이벌관계였던 마거릿 코트와 맞붙었고 세트스코어 2-0(6-2, 6-1)으로 가볍게 완파하여 대대적인 관심을 끌었습니다. 사람들의 관심에 흥분한 릭스는 더욱 강렬한 말로 여자 테니스 선수들을 조롱하며 킹을 자극했고 결국 대결이 성사되었습니다. 킹은 여자들을 대표하는 위치에서 9천만 명이 시청하는 해당 경기를 꼭 승리해야 하는 강한 의무감을 가졌으며, 코트의 패배를 거울삼아 릭스와의 경기를 대비하였고 결국 세트스코어 3-0(6-4, 6-3, 6-3)으로 이기면서 릭스의 코를 납작하게 눌러줬습니다. 이 경기의 결과로 1973년 '타임'지 표지를 장식하기도 했고, 1975년 '타임'지 선정 '올해의 인물'로 미국 여성 중 한 명으로 꼽혔으며, '라이프'지가 선정한 '20세기 가장 중요한 미국인 100명'에 선정되기도 했습니다. 이 경기는 2017년에 영화 <빌리 진 킹 : 세기의 대결>로 영화화되었습니다.
빌리 진은 1965년 래리 킹과 결혼하였습니다. 이후 1968년 빌리 진 킹은 레즈비언으로의 자신의 지향성을 깨달았다고 합니다. 1971년 그녀의 비서인 매릴린 바넷과 개인적인 관계를 시작하였고 1981년 매릴린 바넷이 동거관계 해소 소송을 걸면서 빌리 진은 그녀와의 관계를 대중에 인정하였습니다. 이로서 그녀는 최초로 커밍아웃한 여성 전문 운동선수가 되었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청소년일 때 자신의 정체성을 깨닫지만 자신은 매우 늦은 나이에 깨달았으며, 만약 자신이 레즈비언이었단 사실을 더 일찍 깨달았으면 21살에 래리 킹과 사랑에 빠져 결혼하지도 않았을 것이라며 그녀의 전 남편에게 사과했습니다. 그녀는 성소수자의 권익을 위해 다방면으로 노력중입니다. 성소수자와 관련된 날에는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언제나 성소수자에 대한 지지와 격려를 아끼지 않는 게시물을 올리고 있습니다. 미국 테니스의 상징 격인 선수 중 하나인 데다 성소수자 인권 운동에 앞장서는 그녀는 오늘날 미국에서 성소수자들의 많은 지지를 얻고 있습니다.
업적
선수로 활동 당시 남녀 선수 간의 상금 격차에 대해 항의하며 주도적으로 여성 테니스 협회(WTA)를 설립하였으며, 상금이 평등하지 않으면 출전하지 않는다는 압박을 통해 US 오픈을 시초로 테니스 대회의 남녀 상금 규모가 동등해 지는 데에 큰 역할을 했습니다. 현재의 WTA 투어의 전신이 되는 '버지니아 슬림 서킷'을 창설하고, WTA 발기인 중 한 명이며, 초기 WTA 운영에 주도적인 위치를 차지했습니다. 오늘날 테니스라는 종목이 여성 선수에 대한 대우와 페이가 모든 스포츠 종목을 통틀어 가장 좋다고 평가받는 건 빌리 진 킹의 주도적인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1987년 국제 테니스 연맹 명예의 전당에 헌액 되었고, 2006년에는 그녀의 선수로서의 업적과 성 평등에 기여한 공을 기려 US오픈이 열리는 경기장의 명칭이 'USTA 빌리 진 킹 내셔널 테니스 센터'로 명명됐습니다.
영화화 - <빌리 진 킹 : 세기의 대결>
<빌리 진 킹 : 세기의 대결>은 빌리 진 킹과 바비 릭스의 성대결을 영화화한 것으로 2017년 개봉했습니다. 미스 리틀 선샤인의 감독 조나단 데이턴, 발레리 페리스가 연출을 맡았고, 빌리 진 킹 역에 엠마 스톤, 바비 릭스 역은 스티브 카렐이 담당했습니다. 여성해방운동이 한창이던 와중에 바비 릭스는 빌리 진 킹에게 나이가 많아도 어떤 탑급 여성 선수도 쉽게 이길 수 있다고 주장하며 대결을 제안했습니다. 이해관계가 높았고 경기를 둘러싼 언론의 과대광고는 엄청났습니다. 이 행사는 양성평등과 스포츠의 역사에서 중요한 순간이 되었습니다. 영화를 통해 테니스 경기뿐만 아니라 빌리 진 킹이 자신의 섹슈얼리티(레즈비언)를 받아들이는 과정에서 직면한 개인적인 투쟁과 도전도 함께 볼 수 있습니다.